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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고요, 따뜻한 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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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이중성

화면 속에서 느껴지는 한 톤의 평면이 여러 세상을 담고 있다. 블루의 미감은 차가운 온도를 떠올려 시원하거나 추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단순하게 차가운 것을 넘어 블루는 가장 뜨거운 내용을 담기도 한다. 가스의 파란 불꽃, 태양의 고온층에서는 가장 뜨거운 블루가 느껴진다. 선연한 블루 캔버스 위에 김유림의 거친 터치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터치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파란 화면을 부유하며 거듭 자연을 만들어낸다. 쌓여진 터치 위에 누군가의 사색이 떠오른다.

 

얇고 굵은 선들이 자아낸 파란 공간은 이중적이다. 실제로 만난 공간에서 상상으로 발현되는 푸른 숲 속, 다른 차원 속 공간이 현존하는 고요한 여행지로 연결되는 것처럼 떠오르는 공간은 저마다의 세상이 된다. 언젠가 경험했을 것 같은 공간과 어디에도 없는 풍경은 기시감을 이끌어 낸다. 김유림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차갑기만 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겐 감정을 환기시키며 저마다의 관념을 형상화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그녀가 다듬어낸 장면은 차가운 고요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한 푸른 감각을 보여준다.

 

김유림의 숲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다. 작가의 작품 속 숲은 개인이 경험한 실존 공간이면서도 내면의 감정을 담아낸, 존재하지 않은 공간을 창조한다. 이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내면의 감정을 담아낸 심리적 공간이다. 코발트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푸르시안 블루 등 다채로운 푸른 색조는 따뜻함과 차가움, 위로와 냉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새벽녘, 동트기 직전의 순간을 ‘블루의 시간’으로 명명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찰나를 포착한다. 어둠이 걷히고 생명이 깨어나는 그 순간, 작가가 창조한 숲은 현실이면서도 이상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어스름한 시각이 담긴 공간, 실존하는 공간, 창조해낸 화면 속 세계에는 작가의 시간이 담겨있다.

 

여행

김유림은 디지털 매체로 다른 지역을 표류하는 인간 군상을 ‘부유하는 존재’ 라고 표현했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디지털 노마드 같은 삶을 보낸 관람객은 매체 속, 직접 경험하지 못한 길에서 느낀 감정이 의미 없는 희망인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상실감인지 판단할 수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감내해야만 하고, 매체 속 타인의 삶은 그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인물들에게 어디에도 없는 풍경을 선사했다. 작가의 창조물은 각종 매체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현대인에게 또 다른 공간을 보여줄 것이다. 이상 속 존재하는 현실로 인하여 김유림은 관람객에게 무목적의 삶이 아닌 자신만의 내면 속에서 작은 울림이 번지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경계에서 탄생한 풍경들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10여 년이라는 시간동안 작가는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이중적인 면모를 담아내고 있다. 현실과 이상, 떠남과 머묾,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이 공간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풍경을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자하미술관 김문정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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